10박 11일이나 미쿡을 다녀왔으니 당연히 여행기+출장기를 올려야 하겠지만..
엄두가 안나.. on_ (기억이 벌써 흐려지고 있어.. 어떡해;)
게다가 출장에서 돌아오자마자 걔네들과의 2007년도 적금여행으로 연극 죽도록 달린다+프랑스 가정요리 아따블르+레지던스(+이연걸 금성무 유덕화의 '명장' 관람)의 빅 이벤트..
그리고 여전히 적응 안된 시차; (저녁이면 죽을 듯이 졸리고.. 새벽이면 눈이 걍 떠져 흑;)
차분히 컴터 앞에 앉아 밀린 것들을 정리할 시간이 없구나..
흠.. 설 연휴도 긴데 (웅하하 오늘도 놀지롱 :D) 차근차근 정리해야겠다..
하여튼 그 첫 테이프를 끊는다는 의미에서! 출장가기 전날 차네생일파티 후 갔던 예술의 전당 '칸딘스키와 러시아 거장' 전!
국내에 익숙하지 않은 러시아 화가들의 그림을 이렇게 대규모로 전시하는건 처음이라네..
근대에 와서 사실주의 화풍이 유행하고.. 그 바로 뒤에 추상화가 유행했는데.. 두 파트로 나뉘어서 100점이 넘는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개인적 취향으로는 '이게 사진이야 그림이야' 할 정도의 극사실주의가 더 마음에 들었음 ^^;
평소에 들어봤다거나 하는 유명한 그림들은 아니었지만, 일상의 한장면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는 그림들이 인상깊었다. 유형지에서 병으로 쓰러진 죄수를 간수가 살펴보는 가운데, 그 옆에서 몰래 쓰러진 죄수의 반지를 빼내는 다른 죄수라든가.. 수녀원을 방문한 황녀 뒤에 서서 수녀들을 훑어보는 수행원의 거만하고 까칠한 표정이라든가.. 기숙학교에서 한사람은 망을 보게 하고 몰래 담배를 피워보는 여학생들이라든가.. 하는 것들이 너무나 있을법한 일들이라서 웃음이 났다.
바닷가의 노을을 표현한 그림도 도대체 어떻게 물감으로 저런 색을 낸 걸까 라는 생각이 들만큼 좋았고..
저 위에 사진은 '레핀'의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라는 그림인데, 엄마가 시장 간 사이 못된 짓 하던 두 딸이 엄마가 의외로 일찍 귀가하자 화들짝 놀라며 당황하는 그림인 줄 알고 웃었는데.. (게다가 무심한듯 시크하게 남의 일 보듯 쳐다보는 저 남동생이라니) 알고보니 유형지에서 못 돌아올줄 알았던 언니가 돌아오자 동생들이 앞으로 자기들의 가족에게까지 화가 미칠까봐 반가워하지 못하고 깜짝 놀란다는 의외로 정치적이고 슬픈 그림이었다.. ^^;
아무것도 모르고 갔지만, 좋았다. ^^ 아무것도 몰라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명화가 사람들에게 그토록 오랫동안 사랑받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