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나의 놀이터

자식자랑

일상(日常) 2007. 10. 6. 23:26
어른들이 끝없이 자식자랑을 늘어놓는걸 듣다보면 난 왠지모르게 우울해진다.

특히 택시기사 아저씨나 상인에게서 들으면 그 우울함은 배가 되는데..
첫째로는 그들에게 있어서 제일 말하고 싶은 화제가 자식이라는 것이 슬퍼서고 (그분들에게도 꿈이 있었을텐데)
둘째로는 오죽 말할데가 없었으면 스쳐가는 뜨내기인 손님에게 말할까 싶어서이고
셋째로는 그냥 듣기가 싫어서다 -_-; 공부잘하고 부모에게 효도하는데다가 부잣집에 시집장가가고 돈까지 많이 버는 이 '엄마친구아들'스러운 비현실적인 그들의 이야기가 왠지 믿기지 않아서이기도 하고..

우울해지니까 듣기싫은 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경우에 나는 잘 맞장구쳐주면서 끝까지 들어준다. 적절한 추임새도 넣어주면서.. (내가 맘먹고 아부하기 시작하면 그사람 기분 좋게할 자신 있다 ^^;) 위에서 언급한 두번째 이유가 왠지 맘을 짠하게 해서 말이지..

그래도.. 듣고나면 기분이 찝찝한건 어쩔 수 없음.. 울 부모님은 나중에 자식이 전부가 아닌, 그분들의 즐겁고 행복하고 신나는 노후를 보내셨으면 좋겠다.(효도나 봉양을 안하겠다는게 아니라 부모님한테는 내가 전부인데, 나한테는 부모님이 전부가 아니게 될 그 상황이 상상만으로도 너무나 가슴아파서다)

(그런데.. 오늘 꽃집에 화분사러갔다가 15분동안 자식자랑을 듣고 5분동안 교회에 나오라고 설득당했다; 덕분에 약속 정확히 20분 늦었다; 에공; 난 왜이리 소심한걸까ㅡㅜ)
Posted by 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