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예전에 소설을 썼었다... ^^;
중학교~대학교 초반부 정도까지 썼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 안쓰게 되어버렸네.. ^^;
놀랍게도 모두 한글문서파일로 작성되어서.. 지금도 읽어볼 수 있다..
여러가지 장르가 있는데.. 짧은 단편이 있길래 소개해본다.. (날짜를 보니 99년 11월에 쓴 듯.. 고등학교때잖아!;;)
아하하; 이거 정말 내가 쓴게 맞는지.. 신기하구만..
게다가 등장인물이 어째서 나리랑 보윤이 인건지.. ^^;
내가 쓴 문장들이 좀 북흐럽긴 하지만... 이게 다 추억이니 ㅋㅋ
지구력 서기 1998년 11월 9일
“으아아아아! 귀찮아~~~!!!”
다귀차나성의 유나리 박사는 도마위에 칼을 집어던졌다. 다귀차나성은 지구에서 300광년 떨어진 행성으로 인류와 비슷한 종족이 살고 있는 별이다. 유나리 박사는 이 다귀차나성의 과학기술을 연구하는 핵심 연구소인 다귀차나과학기술연구원(Daquichana Advanced instituted Science and Technology, DAIST)의 수석 연구원이다. 유나리 박사는 뛰어난 실력과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다귀차나성을 이만큼 편안하게 만들어 놓았다. 유나리 박사의 여러가지 발명품 덕분에 다귀차나성의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에 잠자리에 들때까지 손끝하나 까딱하지 않고 하루를 보낼 수 있게 되었다. 노동을 싫어하는 다귀차나성에서 이런 큰 업적을 이룩한 박사는 ‘과학의 일인자’라고 불리면서 모든 사람의 존경을 한몸에 받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유나리 박사도, 식량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다. 다귀차나성 사람들의 주식인 쌀은 기계로는 도저히 키울수 없는 것이었다. 1년동안 농부가 피땀흘려 농사를 지어야만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것이었기에, 유나리 박사가 모든 기술을 총동원하여 농업을 기계화해보려 했으나, 번번히 실패를 거듭할 뿐이었다. 오늘도 유나리 박사는 농업의 기계화를 위해 쌀을 도마위에 놓고 분석중이었다. 쌀의 단면을 관찰하기 위해 끙끙대며 도마위에 올려진 쌀을 식칼로 쪼개던 유나리 박사는 귀찮음을 참지 못하고 식칼을 집어던진 것이었다. (아아, 여기서 우리는 유나리 박사의 무지함에 개탄을 금할수가 없다! 다귀차나성 제일의 과학자인 유나리 박사는 쌀알을 식칼로 쪼갤만큼 어리석은 자였던가?)
“정말 연구는 너무너무 귀찮단 말이다!”
유나리 박사도 다귀차나성 사람, 결국은 모든 일을 귀찮아했다. 다만 과학자의 불타는 신념과 집념으로 농업을 기계화해보겠다는 일만은 끊임없이 추진하고 있었지만 번번히 실패를 거듭하니 유나리 박사도 짜증을 낼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역시 일류의 과학자는 다르다! 유나리 박사는 침착하게 식칼을 다시 집어들고 세심한 손길로 쌀알을 쪼개기 시작했다.
“아얏!”
너무 힘을 주었던 탓일까? 각도가 비틀려 예정경로보다 긴 경로를 그리며 사뿐히 도마에 착지한 식칼은 그 경로를 지나는 도중 유나리 박사의 손가락을 통과했다. 피가 분수처럼 쏟아져나오고 이런 일을 처음 겪은 유나리 박사는 너무 놀라 기절해버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유나리 박사는 눈을 떴다.
‘내가 어디 있었지? 음, 나는 쌀알을 쪼개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으악! 내 손가락!’
유나리 박사는 흠칫하며 자신의 손가락을 내려다보았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잘려진 손가락에서는 감쪽같이 새 손가락이 돋아나 있었다. 유나리 박사는 혹시 아까의 일이 꿈인가 하여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피가 흥건했고 잘려진 손가락도 도마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
‘아니, 그러면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재생 능력이 있었던 것인가?’
새로운 사실에 경악해 곰곰이 생각에 잠겼던 유나리 박사의 눈이 순간 번뜩였다.
‘어쩌면.... 이것을?’
한시간뒤, 유나리 박사는 긴장된 표정으로 젓가락을 들었다. 조심스러운 손길로 완전히 익은 자신의 손가락의 살을 조금 떼어내어 맛을 본 유나리 박사는 탄성을 질렀다.
“만쉐이~~~ 맛있다~~~!!!”
다귀차나성이 드디어 농사에서 해방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자신의 살을 잘라 요리해먹어도 다시 살이 재생된다는 놀라운 사실은 다귀차나성 전역에 퍼져나갔다. 이제 사람들은 힘들여 농사짓지 않아도 자신의 살만 가지고도 살수 있다는 사실에 미친듯이 기뻐했다. 농사짓기 싫어하는 사람들을 억지로 구슬려 농사를 짓게 하느라고 막대한 예산을 들이던 정부는 다귀차나성은 이제 실로 모든 일을 하지 않고도 살수 있는 나라라고 선포하고, 이런 쾌거를 이룩하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유나리 박사에게 일급 훈장을 수여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살을 다양하게 조리할수 있는 방법 연구에 온 힘을 쏟았다. 자신의 살과 남의 살을 섞어서 조리하는 방법, 어떤 부위는 어떻게 요리해야 가장 맛이 살아있다는 내용을 담은 잡지도 발간되었다. 마른 사람을 위하여 살 나누어 먹기 운동도 펼쳐졌다.
그러나 불과 반년도 되지 않아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다귀차나성 사람들은 모두들 말라가기 시작했고, 죽는 사람도 나타났다. 부검 결과 ‘아사’라는 놀라운 결과가 나오자, 사람들은 당황했다. 자신의 살을 꾸준히 먹었는데도 굶어죽었다니. 정부는 당황을 금치 못했고, 일급 훈장을 받고나서 하야해있는 유나리 박사를 찾았다. 그러나 평소 대식가였던 유나리 박사는 이미 ‘아사’했다는 보고를 접했을 뿐이었다. 주위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유나리 박사는 어마어마한 대식가여서 한끼에 손한개 정도로는 만족을 못하고 다리 하나는 먹어야 직성이 풀렸다는 것이었다. 여하튼 정부는 궁여지책으로 다이스트에 도움을 청했고, 유나리 박사 하야후 수석연구원으로 있던 최보윤 박사가 그 일을 해결하는 프로젝트의 팀장을 맡았다.
“이대로 가다가는 다귀차나성은 멸종이야!”
최보윤 박사는 책상을 쾅 쳤다. 벌써 석달을 머리싸매고 생각해보고 연구해보았지만 도무지 결론이 나지 않았다. 그 석달동안 다귀차나성 인구의 4분의 3이 아사했고, 최보윤 박사 자신도 점점 여위어가고 있었다. 자신의 신체의 일부를 먹어 신체의 일부를 다시 형성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완벽한 이론이었다. 에너지 보존 법칙에도 어긋나지 않는다. 최보윤 박사는 현대화학 책을 집어던지고 일반 물리학을 폈다. 아무래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했다.
“아니, 어쩌면...?”
최보윤 박사는 갑자기 머리를 스치는 생각에 경악했다. 최보윤 박사는 거친 손길로 급히 연습장을 폈고, 계산해나가기 시작했다.
“W 는 F 곱하기 S 이니까, 침대에서 식당까지 가는데 사람이 한 일을 계산하면...”
“식탁의 높이와 사람의 입까지의 평균 거리는 약 50 센티미터 정도니까 근육이 한 일을 계산하면... 질량에다가 중력가속도를 곱해서...”
한참을 계산에 몰두하던 최보윤 박사는 연습장을 집어던지고 일어섰다. 그는 급히 차 열쇠를 집어들고 밖으로 나갔다.
최보윤 박사는 그대로 중앙정부로 향했다. 오늘따라 거리가 한산했다. 최보윤 박사는 의아했지만 그대로 차를 몰았다. 그런데 대광장에 사람이 우글우글 몰려있었다. 그들은 곳곳에 솥과 석쇠, 숯불 등을 준비해서 단체로 살을 요리해먹고 있었다. 최보윤 박사는 경악하여 브레이크를 밟았다. 오늘은 다귀차나성 최고의 축제일이었다. 전통적으로 이 축제일에는 모든 사람들이 모여서 푸짐하게 음식을 나누어 먹었다. 배가 터지도록 먹고 마시는 축제. 재생되고 있는 팔다리를 붙인 사람들이 즐겁게 웃으며 먹고 있었다. 최보윤 박사는 거칠게 머리를 흔들고 중앙정부로 들어갔다.
“그러니까 우리가 먹은 열량은 소비한 열량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각하. 요리를 할때 드는 열량과 먹을때 드는 열량은 전혀 계산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대식가일수록 숟가락질을 많이 하게 되고 또 많이 씹게 됩니다. 유나리 박사의 경우가 그것이겠지요. 즉 재생 능력은 이렇게 자신의 살을 먹으면 먹을수록 떨어지게 되고 마지막엔 아사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럼 이런 식사를 계속하면 결국 우리도 아사하겠군?”
“....그럴 것입니다, 각하.”
중앙정부의 대통령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아사를 막을 방법은 단 하나. 다시 농업을 부활시키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쌀이 생산되려면 1년을 기다려야 한다. 게다가 그동안 애써서 지켜왔던 비옥한 농토는 필요없다고 하여 다른 땅으로 쓰이게 된 경우도 많아 농토도 턱없이 부족했다. 옆에 있던 부통령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각하, 지금 상태로 농업을 부활시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다귀차나성의 멸종을 막을 방법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무엇인가?”
“외계로 탈출하는 것입니다.”
“다귀차나성을 포기하겠다는 말인가?”
“현재로선 방법이 없습니다.”
무섭게 부통령을 쏘아보던 대통령은 힘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최보윤 박사는 외계로 탈출할 방법을 연구하도록 하게. 되도록 빠른 시일내에 완성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겠지?”
“....알겠습니다, 각하.”
최보윤 박사는 밤낮으로 연구에 몰두했다. 일주일이 걸려서 텔레포트 주문을 완성하는데에 성공했지만, 이 주문을 완성하는 날에는 다귀차나성에는 최보윤 박사밖에 살아남은 사람이 없었다. 축제일이 큰 타격이었다. 축제 다음날에 남은 인구의 4분의 3이 죽었고, 남은 사람들도 차례차례 죽어나갔다.
“다귀차나성도 이젠 안녕이군...”
최보윤 박사는 눈물을 흘리며 주문을 외웠다.
이 이야기는 실제 있었던 일이다. 최보윤 박사는 다귀차나성에서 300광년 떨어진 지구라는 행성에 무사히 텔레포트했다. 최보윤 박사는 언어도 비슷하고 인종도 비슷한 지구의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잘 적응했고, 놀라운 과학실력으로 별 불편없는 생활을 했다. 다만, 인간의 살 맛이 그리워질때면....
긴장을 풀지 마라.... 지금... 당신의 뒤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