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3대 전투
요즈음 갑자기 일본 역사에 관심이 생겨서.. 시바 료타로의 소설 '신센구미 혈풍록'을 읽고 나서 '타올라라 검'도 사서 읽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만화책 바람의 검심 때문에 약간이나마 알려져 있는... 도쿠가와 막부 말, 유신에 반대하고 막부 측을 지지하는 세력이었던 신센구미(신선조)에 관한 이야기인데.. 이 책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포스팅하겠음..)
지금은 일본 역사상 3대 전투 중 하나라는 '도바,후시미 전투' 부분을 읽고 있다.
삼세번을 좋아하는 건 동양 문화권의 특징인지.. 일본도 우리도 역사를 통틀어 3대 전투를 꼽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3대 전투 (3대 대첩)은
1592년, 그 유명한 이순신 장군이 일본을 상대로 싸운 한산도 대첩,
1018년 고려의 강감찬 장군이 거란을 상대로 싸운 귀주대첩,
그리고 612년 고구려 을지문덕 장군이 수나라를 상대로 싸운 살수대첩이다.
그리고 일본의 3대 전투는
1185년 오랜 숙적이었던 귀족 미나모토 가문과 다이라 가문의 결전으로, 가마쿠라 막부 설립의 계기가 된 단노우라 전투,
1600년,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아들 히데요리의 승패를 가르고, 도쿠가와 가문의 250년 에도막부의 시작을 여는 열쇠가 되었던 세키가하라 전투,
그리고 1868년 도쿠가와 막부와 유신파(요 유신파가 바로 켄신네 편 ^^;)의 승부를 가르는 전투였던 도바, 후시미 전투다.
딱 봐도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우리나라는 모두 우리나라에 쳐들어온 외적을 물리친 싸움 이고, 일본은 세개가 모두 내전.
섬나라인 덕분에 침략을 덜받은건지.. 지네들끼리 지지고 볶고 한것만 보면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내치를 참 잘했다는 생각도 ^^; 두 개의 비등한 세력이 격돌하는 일은 없었으니.. (생각해보니 가장 거대한 내전이었던, 그리고 승부도 결국 내지 못했던 한국전쟁이 있구나 -_-a)
어떤 것이 더 재미있느냐..하는 순전히 개인적 취향에서만 이야기한다면 나는 일본의 전투 쪽이 좀 더 재미있다. ^^; 외적을 물리친 건 자랑스럽긴 하지만, 역사의 흐름이 바뀌는 순간, 누가 천하의 패권을 쥐느냐 하는 싸움은 세월이 흐른 지금 보아도 흥미진진하거든.
그리고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 우리나라가 낀 싸움은 만약...이라는 상상을 하는게 안되지만.. (게다가 3대 대첩은 모두 이긴 싸움이니 만약을 상상한다는건 지는걸 상상하는 거잖아 ^^;) 일본 쪽 전투는 만약을 상상해보는 것도 재밌다. 만약 강감찬 장군이 둑을 터트렸는데 제대로 안터져서 거란이 고려를 점령해버렸다...는 가정은 상상하기에도 끔찍하지만.. 도바,후시미 전투에서 막부군이 이겼다면, 그래서 메이지 유신이 없었다면, 일본이 내전으로 몇년만 더 혼란에 빠졌다면, 그래서 을사보호조약도, 한일합방도 없었다면.... 이렇게 연결시켜 보는건 꽤 재밌음.. ㅋㅋ